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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국회 선진화법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야만적인 폭력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초유의 사태였다. 과거 ‘해머’로 상징되는 국회의 극한 대치를 막기 위해 2012년 여야 합의로 마련한 선진화법을 정면으로 짓밟은 것이다. 온 시민이 현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야당 죽이기’ 운운하며 또다시 정치적 탄압으로 몰아가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이 기소된 것은 야당 탄압이 아니라 스스로 국회법을 어겼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밤 대검찰청 한 간부의 상가(喪家)에서 양석조 대검 선임연구관 등이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에게 거친 말로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유재수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사건’ 관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무혐의 의견을 낸 심 검사장에게 “어떻게 무혐의입니까” “당신이 검사냐”며 따졌다는 것이다. 상갓집에는 일반인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검사들이 고성을 지르며 상급자를 윽박지르고 모욕까지 줬다니 이 무슨 추태인가.


하지만 이날 이사회는 강경 일변도로 흐르지는 않았다.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경고하는 안보리 성명도 채택되지 않았고, 미국은 대북 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거론하면서 “그 합의를 향한 구체적인 조치를 병행적이고 동시적으로 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가 접근하는 방식에서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무력시위에 나설 경우 “안보리는 응분의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경고를 빼놓지 않았지만 발언의 무게는 ‘유연성’에 실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원유 수입을 하는 만큼 중동 해상로를 보호해야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를 반드시 미군과 공조해서 할 이유는 없다. 미국은 핵 합의를 먼저 깬 데다 명분이 약한 상황에서 이란을 선제 공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법 위반인 문화재 공격까지 언급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했다. 이란은 친미 국가들이 미국과 협력하면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한·이란 간 교역은 물론 대중동 외교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일본도 미국의 파병 요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양측의 전쟁에 끼어들어 국익을 손상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미·일 고위급 안보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고 있다. 정 실장은 한국군 파병에 명분이 없다는 점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시민들의 인권감수성은 앞서 나가고 있다. 무심코 건넨 말 속에 숨어 있는 차별을 얘기하는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지난해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일제히 ‘올해의 책’으로 뽑힐 만큼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KBS의 전국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중 64%가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편견엔 쉽게 무뎌지고, 혐오는 빠르게 전염된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는 군색한 변명이며 무책임한 태도일 뿐이다. 일상생활에서의 혐오와 차별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더는 미루지 말아야 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31일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방향과 로드맵을 내놓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준비하고 검경 수사권을 조정할 별도 기구를 두고, 경찰개혁은 자치경찰제·국가수사본부를 두 축으로 제시했다.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에 통합경찰법과 국정원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도 했다. 정 총리는 “정부는 사회적 강자를 법의 지배 아래 두고, 사회적 약자는 법의 보호 아래 두겠다”고 했다. 국민과 민생을 우선시하고, 상호 견제와 균형이 작동되도록 권력기관 개혁 좌표는 제대로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 취임 이후 단행된 두 차례 인사과정에서 검찰의 분열, 갈등은 날것처럼 드러났다. ‘상갓집 추태’ ‘공개된 사법처리 이견 대립’ ‘수사내용 흘리기’ 등 있어서는 안될 일들이 잇따라 터졌다. 법무부와 검찰은 갈라진 조직을 다시 하나로 묶을 대책을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검찰은 지휘부 교체가 수사 굴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남은 수사와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은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갖는다는 점이다.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 검찰 송치 없이 자체 종결할 수 있는 것이다. 기소독점권은 사실 기소할 권리보다는 기소하지 않을 권리에 있다. 경찰로선 강력한 힘을 쥐게 되는 것이다.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경찰 수사단계에서 검찰의 개입 여지도 줄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도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경찰 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제한된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 조서도 경찰과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인정할 때만 증거로 채택된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안철수 전 의원으로부터 들려오는 야당 개혁 논의도 신선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측근들의 말에 따르면 안 전 의원은 다른 정당들과의 통합·연대·독자세력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한다. 독자노선을 걷다 여의치 않으면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과 함께 ‘중도 빅텐트’를 치고 총선에 나선다는 것이다.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대안을 고민한 흔적은 없이 안 전 의원을 중심으로 뭉치자는 것밖에 없다. 중간지대에서 여야 정쟁에 지친 표를 긁어모아 반사이익을 노리자는 계산이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헌법재판소가 “혐오표현을 금지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5조 3항 등이 양심에 따른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일부 교사·학생·학부모가 낸 헌법소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메이저놀이터 헌재는 혐오표현이 사회적 약자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허용되는 의사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혐오표현 규제와 관련해 처음 내려진 헌재 결정이 한국 사회에 주는 울림은 결코 작지 않다.


정부가 21일 호르무즈해협에 군 병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부대를 추가로 파병하는 것이 아니라 아덴만에 이미 파견한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을 호르무즈해협까지 넓히는 방식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참가하지 않고 독자적인 작전 활동으로 한국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파병 요청을 수용하면서 이란과의 관계도 고려한 절충안이다. 미군 휘하로 군을 파견하지 않는 것이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파병의 명분이 약한 데다 향후 감수해야 할 위험요소들이 많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 최대 현안인 불평등 해소를 위해 최고임금 일부를 최저임금과 연동해 제한하자는 총선 공약이 나왔다. 정의당이 낸 ‘최고임금제’ 공약으로, 임금 최고액을 국회의원은 최저임금의 5배, 공공기관은 7배, 민간기업은 30배까지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미 관련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는 곳도 있는 만큼, 사회 전체가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고 본다.


상위 10%가 평균 3.5채의 집을 가지고 있고, 보유주택 평균 자산가격도 하위 10%의 34배인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빈부 차 확대의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노동의욕을 떨어뜨리고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준다.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공정’과 ‘정의’는 작동하지 않게 된다. 정부는 물론 청와대와 서울시까지 나서 부동산시장 안정을 촉구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은 수요 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서민들이 형편에 맞는 가격으로 원하는 곳에서 집을 살 수 있도록 획기적인 공급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분양가상한제도 전면실시가 답이다. 1000조원에 달하는 시중의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에 기웃대지 않도록 실물과 금융시장을 단단히 관리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공수처 설치는 ‘정치검찰’을 ‘국민의 검찰’로 돌려놓기 위한 형사사법제도의 중대한 진전이다. ‘검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일대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검찰개혁은 이제 첫발을 뗐을 뿐이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지만, 법제화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권력기관의 낡은 관행과 잘못된 관습을 시대정신에 맞게 끊임없이 혁신해야 완성되는 일이다. 검찰도 공수처 신설을 계기로 뼈를 깎는 각오로 내부 개혁에 나서길 바란다. 남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조속히 처리되어야 한다. 공수처는 새해 7월쯤 출범 예정이다. 앞으로 공수처와 검경 간 갈등을 조율하고,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등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북한과 미국이 연말 협상 시한을 앞두고 대화에 나서기는커녕 군사적 긴장을 계속 높이고 있다. 찰스 브라운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은 17일 기자들에게 “내가 예상하기로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일종이 (북한이 언급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며 “(남은 것은 쏘는 시점이) 성탄전야냐, 성탄절이냐, 신년 이후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교적 접근이 실패할 경우 2017년 북·미 대치 상황에서 검토했던 많은 수단들을 동원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면서 전략폭격기 등의 한반도 전개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북·미 모두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여서 유감스럽다.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등 부처 차관을 비롯, 고위 공직자도 사표를 던지고 선거에 뛰어들었다. 공기업 인사 중엔 임기 절반을 남겨놓고 그만둔 사람도 있었다. 사법부에서도 여러 판사가 총선 출마를 위해 법복을 벗었다. 개인의 정치적 선택은 존중돼야 하지만 시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특히 판사는 어느 자리보다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법부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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